“빅테크 은밀한 차별 규제해야” vs “규제 둑은 생태계 파괴 우려”
2022-06-24
제 1회 사람과 디지털 포럼 원탁회의
빅테크 전문가·기업인, 규제 두고 논쟁
“디지털 시대 노동 변화·실업 대비해야”
23일 경기 성남시 판교 그래비티 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겨레 사람과 디지털 포럼에서 국내외 패널들이 ‘거대한 디지털 권력, 모두를 위한 도구의 조건'을 주제로 원탁토론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otr@hani.co.kr
23일 경기 성남시 판교 그래비티 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겨레 사람과 디지털 포럼에서 국내외 패널들이 ‘거대한 디지털 권력, 모두를 위한 도구의 조건'을 주제로 원탁토론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기술로 나타난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견제하기 위해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 (잔드라 바흐터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수석연구원)

 

“절대 우위가 없는 경쟁 시장에서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규제법 제정에 신중해야 한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2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그래비티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겨레 사람과 디지털 포럼’ 원탁토론에선 디지털 시대 주요 권력으로 떠오른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여부를 두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빅테크 규제책 마련에 적극적인 유럽의 전문가들은 “기업이 운용하는 불투명한 알고리즘이 차별과 불공정 거래 등을 확대하는 악순환을 만든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국내 기업 관계자들은 “성장 중인 빅테크 기업 앞에 높은 '규제 둑'을 세우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흐터 수석연구원은 “페이스북은 온라인상 데이터로 인종, 성별, 정치적인 성향을 필터링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거나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차별을 자행한다”며 “이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간접 차별’로, 많은 사람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활용해 새로운 권력을 형성한 거대 테크 기업들은 차별을 규제할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법 위에 서려는 상황”이라며 “유럽연합에선 많은 논의를 통해 기술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대응하려고 규제법 마련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협회장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존재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 시장엔 절대 강자가 없는 치열한 경쟁 상황”이라며 “현재 공정거래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 등으로 개입할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규제법이 추가로 마련된다면, 기업들의 성장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협회장은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정치·사회적 편향성보다 지극히 소비자 지향적인 행동을 했다”며 “하향식 규제보다 우리가 함께 디지털 이해도와 (알고리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논의의 장을 만든다면, 우려하는 심각한 문제들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미래 노동의 형태를 뒤바꿀 수 있다는 전망과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대니얼 서스킨드 영국 옥스포드대 인공지능윤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침투해, 현재 인식하는 일의 경계가 흐려질 것”이라며 “기술적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마찰적 실업’에 대비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빅데이터 기능에 능숙해질 수 있도록 공공부문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기업들의 전방위적 영향력이 커질수 있다. 빅테크 권력을 규제할 정치적 감독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의 미래> 저자인 라이언 아벤트 <이코노미스트> 수석편집자는 “현재의 물류와 소매 노동 등이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 노동자의 정체성이나 노동조합의 역할도 점차 변화할 것”이라며 “산업혁명이 만든 사회·경제적 문제가 사회 변화의 기초를 만들었듯이, 디지털 시대에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은 집단이 주축이 돼 새로운 사회 규약과 질서를 만드는 계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벤트 수석편집자는 이어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정치적 음모와 잘못된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정보의 옳고 그름을 구분하려는 노력이 줄면서, 민주주의를 흔드는 단점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옥기원 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1048254.html